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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박노자 : 2025년, 새 시대의 종언
2026년 1월 1일 오후 05:35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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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세 시대의 종언] 다사다난한 2025년은 이제 역사가 됐습니다. 참 살벌한 한 해였습니다. 가자에서의 제노사이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베네수엘라에서의 미국의 침략 전쟁의 위협, 그리고 트럼프의 고율 관세 등이 가져다주는 세계 무역 질서의 혼란...태산 같은 악재 속에서 그나마 한국에서의 내란 세력의 패배와 민주주의의 공고화는 아주 보기 드문 희소식이었습니다. 한데 하루가 멀다하여 들리는 온갖 살벌한 뉴스들을 총체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그 뒤에 의미심장한 하나의 큰 그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25년에는 세 가지 시대적 종언들이 중첩된 것입니다. 단언컨대, 2025년 이후의 세계는 2025년 이전의 세계와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며, 우리는 앞으로 2025년 이전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1989년 (동구권 몰락,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시작), 1945년 (미국 패권 시대의 개막), 1812년 (영국 패권 시대의 개막), 그리고 1775년 (와트 증기기관의 발명, 영국 산업 혁명의 본격화, 세계적인 "서구 시대"의 시작)처럼 2025년은 앞으로 세계사 교과서에서 하나의 분수령으로 일컬어질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러면 이 2025년은 어떤 시대들을 마감했습니까? ​첫째, 1989년부터 시작된 세계화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립니다. 트럼프의 미국은 물론 가장 그렇지만, 지금 그 어느 고소득 국가에서도 예컨대 이민자에 친화적인 정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시대의 중요한 특징은 기업들의 해외 투자의 비약적인 성장이었는데, 이제 투자란 기업의 판단 이상으로 국가간의 관계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윤과 무관하게 한국이나 일본, 유럽에 투자를 강탈적으로 요구하는 오늘날 미국의 모습을,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세계화의 주요 프로젝트는 국제협력형 기후 정책이었는데, 2015년의 파리협정은 지금으로서는 한미FTA처럼 그저 "휴지 조각"이 되고 만 상태입니다. 트럼프의 미국은 그렇다 쳐도, 심지어 유럽에서도 '기후' 이상으로 '무기 생산의 증강'이 더 급한 의제로 부상된 상태입니다. 1995년에 설립된 세계 무역 기구? 아예 의미를 잃은 것 같습니다. 그 기구가 있나 마나, 그건 트럼프 류의 보호주의자들에게는 하등의 관심사도 안됩니다. ​둘째, 1945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패권은 이제 본격적인 몰락의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유럽이나 극동에서의 미군 기지나, 2025년 동안 그 가치의 십분의 일 정도 잃은 미 달러의 기축 통화로서의 위치 등은 아직은 여전합니다. 한데 패권의 핵심은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의 위치나 군사력은 아닙니다. 패권이란 글로벌 규칙의 제정과 유지, 글로벌 질서 관리, 그리고 어떤 보편적인 이념의 견지 등을 전제합니다. 2025년 이전의 미국의 패권은 자유주의라는 이념을 기반으로 했으며, 개방적 무역 질서 등의 규칙/질서를 관리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미국의 패권은 역사적으로 1812-1914년 사이의 영국의 자유주의적 패권을 계승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개방적 무역 질서를 지향하는 자유주의자들이 집권하고 있지만, 지금 미국의 집권 세력들은 자유주의와 무관합니다. 그들이 극단의 민족주의자이며 극단의 보호주의자들입니다. 그들이 유럽이나 일본, 한국에 대한 군사적 "보호" 등을 이용해서 일방적인 미국 본위로 무역 질서를 재편하고 있는데, 이건 "규칙"이 아니고 반칙의 체계화에 불과합니다. 예전의 패권 국가는 이제 그저 하나의 포식자로 전락된 것입니다. ​셋째,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가동된 1775년부터 본격화된 구미권의 글로벌 패권은 이제 본격적으로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독립 전쟁 시대 (1775-1783년) 이후의 미국은 한국 개화파 등을 포함한 너무나 많은 이들에게 공화주의, 자유주의 등의 모범이었지만, 강간범이자 사기범 출신의 "대통령"이 다스리는 오늘날의 미국은 차라리 반면 교사 정도 될 것입니다. 산업 혁명 속에서 태어난 구미권의 기술적 패권은 이제 옛말입니다. 재생에너지, 로봇공학, 양자 통신, 고속철도 등등 수많은 분야에서는 중국이 이미 미국을 능가했으며 세계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1945년에는 구미권은 구매력으로 재본 세계 총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33% 정도밖에 안됩니다. 반대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이제 구매력으로 본 세계 총생산의 46% 정도 차지합니다. 새 세계에서는 서방이란 하나의 "지방"이 되는 것입니다. 고율 관세와 같은 백악관 강간범의 발악은 이 사실을 그다지 바꿀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알던 세계는 이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구미권 내지 미국의 패권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도 이제 점차 과거가 됩니다. 결국 문제는, 포스트 서구, 포스트 미국, 포스트 세계화 시대에도 어떤 식으로 국제 연대를 맺고 어떻게 자본과 국가의 탐욕과 폭력에 같이 맞설 것인가입니다. 그 길을, 2025년에 그 피크에 도달한 바 있었던 가자 제노사이드 반대의 세계적 운동이 보여준 것입니다. 탈세계화 시대임에도 세계인들이 이처럼 같이 손을 잡고 유사 파시스트 국가의 극단적 폭력에 맞설 수 있었다면 이 세계에 그래도 미래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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